십 년 전의 리플렉션 이터널 이후로 꾸준히 기본은 해 주고 있는 탈립 콸리인데... 우리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기본'이 아니라서 문제다. 일매틱이라는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아직까지도 짓눌려 있는 나스처럼 탈립 콸리도 블랙스타와 리플렉션 이터널이라는 거대한 앨범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앨범은 88-Keys, M-Phazes, Marco Polo, S1, Nick Speed, Oh No 등등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인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 후하게 평가해봤자 '썩 괜찮게 만든 앨범' 정도일 뿐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탈립 콸리의 앨범인데 그냥 '썩 괜찮게 만든 앨범'이라 부르고 쉽게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바로 거기서 이 앨범에 대한 평이 갈릴 것도 같다. 만일 탈립 콸리가 아니라 어느 신인 랩퍼가 이 앨범 속 비트 위에 랩을 얹었다면 꽤나 준수한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기대치가 높은 탈립 콸리가 랩을 해서 그런지 다른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앨범들보다 더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무난한 앨범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무난하더라도 이 앨범 속 사운드의 때깔은 훌륭하다. 탈립 콸리의 랩 역시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분명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긴 한데, 문제는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다른 언더그라운드 앨범들이 요즈음 적지 않다는 것에 있다. 탈립 콸리에게 더 이상의 유니크함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되려나? 이 정도 퀄리티로만 앨범 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