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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과 음악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정말 멋진 음반이다.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리이슈, 곧 재발매는 지금껏 구할 수 없었던 음반이 다시 시장에 풀린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뜻하지 않는다. 리이슈는 그동안 시장 경제의 잔혹함 때문에 오로지 소문 속에 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보석 같은 음반들에 대한 재조명이며, 공연한 프리미엄을 앞세워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지갑 속을 털어먹고 있는 초판 숭배 풍조에 날리는 통쾌한 카운터 펀치다.
초판 숭배 풍조? 이는 내가 만든 말이다. 물론 초판이라는 것이 지니는 가치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음반이 막 발매되고 난 뒤의 두근두근거리는 뮤지션의 심정이 당대의 대중들의 생생한 반응과 함께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초판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내가 같잖게 보는 것은 바로 그 초판의 가치를 돈으로 매겨 버리는 저열한 시장 경제 체제이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물량이 달리면 음반 값은 오른다. 단순히 수요 공급 그래프 곡선에 의거한 알량한 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이유 하나 뿐이다. 초판에 담겨 있는 뮤지션의 피땀과 당대의 생생한 숨결은 초판의 엄청난 값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조건 희귀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보기에 이는 초판의 가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경제 논리만을 강요하는 못난 꼴이다. 훼손도 이런 훼손이 없다. 예술가의 결과물을 돈으로 값매기는 꼬락서니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어쩔 수 없는 타협일 뿐, 초판에 매겨진 수백 달러 수천 달러의 가치는 바로 그 초판의 진정한 가치를 손톱의 때만큼도 대변해 주지 못한다. 리이슈는 오로지 비싼 가격만으로 초판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저간의 분위기에 아주 시원하게 엿을 먹이면서,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을 얼마 주고 살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음악을 자기 귀로 자기 마음으로 들을 줄 아느냐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 준다.
물론 음악을 돈으로 값매기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리이슈라는 것의 본질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재조명일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알 타리크의 음반이 다시 발매될 이유가 무엇일까? 절판된 음반이 한두 장도 아닐 텐데 왜 하필이면 알 타리크의 음반이 다시 시장에 풀리게 되었을까? 사실 그런 궁금증을 품게 되는 것 자체가 무진장 중요하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무조건 들어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그중에 삼분지일 동안 우리는 자며, 삼분지일은 노동을 하느라 보낸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는 배불뚝이 유한계급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 삼분지일이야 말로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일 텐데,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음악을 찾아 듣는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천 장 수만 장의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가 정작 들을 수 있는 음반들은 따지고 보면 얼마 없다. 금세 잊혀지고 금세 또 다른 신보가 나온다. 그 와중에서의 재발매는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십오년만에 음반 하나가 다시 나온단다. 도대체 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이 시대에 십오년 전 음반을 재발매하는 것만큼이나 돈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물론 수지 맞을 생각만 한다면 재발매를 기획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절판되면서 괜히 값만 오른 채 세월의 흐름에 잊혀져 가고 있는 음반들을 동시대 사람들이 제발 좀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없이는 재발매 사업은 결코 추진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트래픽 같은 영세 레이블에서, 아무리 좋은 음반이라고 해도 당대의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었을 빗넛츠 일당들의 앨범을 뜬금없이(!) 재발매한다는 사실에는 하찮은 경제 논리를 초월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의리마저 느껴진다.
"야, 죽이는 앨범 하나 다시 찍으려구 하는데..."
"그거 조치! 앨범 나오면 내가 쐬주에 곱창 쏜다!"
"근데 그 앨범이 진짜 진국이거든. 혼자 듣기가 넘 아까워."
"초판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초판이 애틋한 첫사랑이라면 리이슈는 나와 동시대를 호흡하는 마누라 같은 존재지."
정말 트래픽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
돈 좀 있는 거대 레이블에서는 보너스 몇 곡 넣어주는 것으로 성이 안 차는지 투씨디 쓰리씨디로 꾸민 정말 빵빵한 디럭스 에디션을 발매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발매되는 음반들은 음악 평론가들에게 손꼽히는 소위 '명반'인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지지 기반이 확실한, 칭찬했다고 해서 반론 들을 일 없는 공인된 음반인 것이다. 나는 그런 음반들 보다 이렇게 영세한 레이블에서 수줍게 찍어내는, 정말 우리집 식구들과 내 친구들 아무도 모를 법한 알 타리크의 정규작 재발매가 훨씬 더 정겹다. 생각해보자. 알 타리크의 재발매가 전세계 음악판에 얼마큼이나 파장을 일으킬 것 같은가? 어쩌면 재발매라는 사실 자체가 얼마 못 가 잊혀져 버릴 수도 있다. 라지 프로페서의 음반은 작년에 제대로 된 시디 포맷으로는 최초로 재발매되었지만 어느새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게다가 미국반은 벌써 절판이다.) 사실 그런 음반은 한두 장이 아니다. 알 타리크의 갓 커넥션 역시 같은 팔자를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매니아들 몇몇만 우우~ 환호하지만 일년을 못 넘기며 또 다시 절판되어 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 나는 이 앨범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고 거기엔 오래된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는 듯한 어떤 감개무량한 감정까지 섞여들 수밖에 없었다. 김시습의 <이생규장전>에서는 홍건적의 침입으로 인해 죽게 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잇기 위해 귀신이 되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대목이 있다. 전쟁이라는 현실적 횡포를 그러한 초현실적인 노력으로나마 극복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 되살리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90년대 힙합 음반 리이슈는 이렇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느닷없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고 거기에는 리스너들과 이 음반의 인연을 어떻게든 이어 보겠다는 트래픽 기획자의 눈물겨운, 그리고 정말로 초현실적인(!) 노력이 존재한다. 그 노력에 우리 리스너들은 반응해야 한다. 음반의 가치가 돈으로 계산되는 더러운 세상이건만, 지갑을 열든 아니면 다운을 받든 이 음반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 1996년, 힙합이 망해가고 있다는(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던 무렵, 골든에라의 무시무시한 끗발이 아직은 씬을 뒤덮고 있던, 바로 그 시절의 걸죽한 음반이 자기의 조카뻘 되는 우리들과 다시 한 번 호흡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음반 값이 싸졌다는 말로는 이 리이슈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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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x : ㅠㅠ어렵게 초판구했더니 이렇게 리이슈가... [2010-09-23] |
갓 커넥션..
신과의 연결..접속....영접...
신이시여...이런날도 오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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