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세게 찍고 소리 꽥꽥 지른다고 해서 전부 다 하드코어가 되는 건 아니다. 전혀 융합이 안 되는 소리들의 억지 결합은 굉장히 맥 빠진 결과물을 낳는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이다.
진짜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다. 랩과 비트라는 힙합의 '코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진짜배기 하드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바로 진짜 고수다. 하드코어는 우리의 고막만 쩌렁쩌렁 울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흥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정말 당혹스러운 앨범이었다. 주문을 읊조리는 듯 시종일관 차분한 Gza의 랩과, 별다른 군더더기 없이 스트레이트한 비트만이 있을 뿐 불에 끼얹는 기름 같이 휘발성 있는 무언가가 귀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다. (심지어 앨범 자켓도 힙합 앨범답지 않게 심플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무진장 하드코어하다. 거친 랩도 없고 과격한 비트도 없는데도 앨범을 듣는 내내 바짝 긴장한 채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로 랩과 비트라는 힙합 음악의 코어가 마치 정권을 지르듯 청자의 고막에 그대로 육박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야말로 과거 Wu-tang의 유산이겠지만 다른 Wu 멤버들의 최근 앨범들에서는 느끼기 힘든 그 Wu-tang다운 힘이 이 앨범엔 서슬 푸르게 서려 있는 것이다.
무조건 세게 가기만 하면 다 하드코어라는 힙합 뮤지션들은 국내에도 해외에도 널려 있다. 하지만 단순히 더 강하고 더 시끄러운 것을 찾는다면 힙합 말고 헤비메탈을 들으면 된다. 씬의 고참급인 Gza가, 그것도 2000년대 말에 리얼 하드코어라는 것을 정규 앨범 한 장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힙합만이 가질 수 있는 하드코어함의 본질은 결국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괜히 볼륨만 키우는 것보다는 그냥 랩으로 조지고 비트로 조져도 빡센 하드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Gza의 이 앨범은 거대하게 웅변하고 있다.
funkstation : JEDI MIND TRICKS - LEGACY OF BLOOD앨범에서 On The Eve Of War (Julio Caesar Chavez Mix) feat. Gza 란 곡 들어보면 비니패즈가 미친듯이 뿜어대니깐 즈자가 마치 '비니패즈야 랩은 이렇게하는거야'라며 한수가르치듯 차분히 뱉어주는 랩은 후덜덜하죠 정말 무한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리뷰보니깐 그 곡이 떠오르네요 [2011-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