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madlib 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심을 할때가 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의도로 만든 작품이며 어떤걸 표현하려했고 어느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마지막으로 이건 사람인가 라는 표현까지 곁들여도 무방할정도로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음악은 항상 희한한 작법으로 귀를 의심케하는 프로듀싱을 보여주며 나날이 갈수록 불규칙적 리듬속에서 자신의 영감을 끝없이 표출해낸다. 길티심슨 , 비트 컨덕타가 참여한 곡들은 모두 괜찮았는데 여기서 한가지 덧붙이자면 그들은 난해한 것도 잘소화해낸다. 저번에 매드립이 아프리카,인도 에서 영감을 받아서 스튜디오로 달려가 작업했다고 하는데 싸이코같지만 멋잇는 전형적인 예다.
Madlib은 LP의 찌직거리는 소리조차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수많은 소리들이 이리저리 짜깁기되어 음악 속에 녹아드는 놀라운 경지를 CD 한 장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Madlib이라는 존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행운이 아닐까?
프로듀서에게 최고의 장비와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 뒤 알아서 놀아보라고 모든 걸 맡기는 BBE의 비트제너레이션 시리즈... 그 시리즈에 Madlib이 가장 최근에야 합류했다니 좀 늦은 감이 있다. 어쩌면 늘 새로운 작업에 착수하고 계속해서 새 앨범을 발매하는 Madlib의 살인적인 스케줄 탓인지도 모른다.
이 앨범이 나온 건 2008년. 2000년대 중반 이후로 Madlib의 음악은 점점 장르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리듬만이 곡의 틀을 잡아주고 있을 뿐 그 위로는 갖가지 소리들이 쌓이고 또 싸여 이게 도대체 무슨 장르의 음악인지 통 헷갈리게 만들기 일쑤다. 그러나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색하고 '힙합'을 들려주는가 하면, 시치미 뚝 떼고 귀에 쏙 들어오는 로맨틱한 샘플링을 박자와 뒤섞기도 한다. 장르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여러 장르의 스타일들을 모으고 모아 앨범 한 장을 화려한 콜라주로 만들어 버린다.
Madlib이 다른 솔로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는 경우엔 물론 Madlib 본인의 개성을 한결 낮추고 숨긴다. 여전히 정신 없는 비트라도 최소한 '앨범'이라는 일관성은 잡아주는 편이다. 하지만 Madlib의 솔로작들은 다르다. Beat Konducta 시리즈, Medicine Show 시리즈, Quasimoto의 정규작들, 그리고 이 BBE 솔로 앨범까지... 온갖 무질서가 되풀이되며 궁극적으로 질서를 이루게 되는 장관을 우리는 매 앨범마다 귀로 역력히 경험해 볼 수 있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Dilla가 떠난 이후 내가 보기에 Madlib의 실험 동지가 될 만한 이는 아직 없다. 또다른 Jaylib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며 Madlib은 끝까지 자신의 실험을 혼자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러한 그의 작업은 앨범 한장 한장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Madlib의 디스코그래피 전체가 그가 그려내는 거대한 추상화를 이루고 있으며 정규 앨범들은 그 추상화의 일부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앨범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압축해 놓은 일종의 축소판이라 할 수도 있다. Madlib의 솔로 정규작에 대해 앨범다운 '일관성'을 거론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질서를 이루려다 못다한 것이 아니라 무질서 그 자체가 Madlib이다. 이 앨범을 듣고 Madlib의 다른 솔로작들을 찾아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madlib과 bbe의 만남이 기대만큼 큰 효과는 아닌듯...
beat conducta, madlib으로서 턴테이블리즘,랩,인스트루멘탈등 다양한 피쳐링 게스트들과 함께 힙합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보여주고자 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우선 양적으로는 풍부함)
전체적으로 평균이상의 퀄리티는 있지만 너무 많은 피쳐링이 오히려집중력을 떨어지게 한거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madlib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받았던 앨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