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과에 갔었다. 누워 있는 사랑니 하나를 빼고, 벌레 먹은 이 하나에 신경치료를 받았다. 사랑니는 빼 본 적 있었지만 신경치료는 처음 받아보는지라 치과 의자에 누우면서부터 오금이 저렸다. 치과의 신경치료 하면 '고통의 대명사'가 아닌가! 나는 무진장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쉬잉쉬잉 하는 드릴은 꼭 내 이가 아닌 내 귓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마취를 해서 그리 아프진 않았지만 그 드릴 소리가 정말 끔찍했다. 그리고 콧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이빨 갈리는 냄새란! 눈을 감고 있어도 드릴이 내 이를 드르륵드르륵 뚫고 들어오는 모양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모든 상황을 잊을 수 있도록 나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음악을 생각했다. 그때, 운동화를 신은 두 발로 아무 박자나 까딱거리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음악이 바로 너티 바이 네이쳐의 Feel Me Flow였다. 도입부부터 강하게 때려주는 드럼을 두 발로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첫 벌스가 나오기 전에 슬쩍 끼어드는 건반 소리를 속으로 흥얼거렸다. 드릴이 정신없이 슁슁거리는 그 극한 상황에서도 나는 '역시 이 곡은 클래식이야!'하며 새삼 감탄하고 있었다.
Feel Me Flow를 수십 번 머릿속으로 되풀이 재생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치료가 끝났다. 떼꾼한 몰골로 윗몸을 일으키면서, 집에 가면 꼭 힙합버그에 들어가 POVERTY'S PARADISE 앨범 리뷰란에 감사의 말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너티 바이 네이쳐, 고마워요! 덕분에 치과 치료 잘 끝냈답니다^^
힙합이 괜히 위대한 게 아니다. 아니, 음악이 괜히 위대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까.
kalduk : 그 말씀에 백번 동감합니다..전 추운겨울 군시절에 초소에서 근무를 스며 개갈굼 당하며 추워서 벌벌 떨때~~ de la soul의 A Roller Skating Jam Named "Saturdays" 이곡이 생각나더군요.. [201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