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서 랩퍼가 되지 않는다면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팀독이 랩하는 걸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랩은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해야 되는 거야... 라임만 잘 맞춘다고 플로우만 잘 탄다고 훌륭한 엠씨가 되는 건 아니지...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안되는 타고난 목소리라는 게 있는 거야...
Eazy-E를 비롯한 컴튼 식구들의 생활방식이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 앨범은 디스... 디스... 죽어도 디스... 무조건 깐다. 힙합 역사상 최고(?)의 디스곡이라 일컬어지는 Fuck Compton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지이로 어설프게 분장한 연기자가 야구빠따로 죽도록 두들겨 맞는데 막상 팀독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가오만 잡고 있다. 재미있다.
친절한 일본반답게 가사집이 들어있는데 스킷들이 또 재밌다. 7번 트랙은 어떤 기자와 팀독이 짤막한 통화를 하는 스킷인데 대략 내용이 이렇다.
기자 : 팀독 좀 바꿔주세요.
팀독 : 네 전화 바꿨습니다.
기자 : 전 LA 타임즈 기자인데요. 랩퍼에 관한 글을 쓰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nigga라 부르는 랩퍼들 전부요.
팀독 : 네?
기자 : 당신은 어떤 부류의 nigga입니까?
팀독 : Bronx Nigga다 이 개새X야!! (달칵)
다 이런 식이다. 팀독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으르렁거리는 싸나운 목소리가 전곡에 걸쳐서 불 같은 분노를 토해낸다. Onyx나 M.O.P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지 않고서 팀독은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 하나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종주먹 들이대며 을러대는 효과를 거둔다.
나는 팀독도 좋고 N.W.A도 좋고 이지이도 좋다. 후반부 1분여동안 환상적인 드럼 솔로를 들려주는 Step To Me에서는 이지이를 비롯한 NWA 멤버들과 디제이퀵까지 마구 씹어대는데, 나는 재밌기만 하다. 이래저래 재미있는 앨범이다. 아 물론 재미만 있다는 건 아니고, 작년에 리이슈되기 전까지는 이 앨범 유명한 OOP였는데 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91년도 앨범이지만 단순히 흥겨운 올드스쿨이라는 말로는 이 앨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단순무식하게 솟구쳐오르는 날것의 분노가, 그 모든 걸 목소리 하나로 후려때리는 팀독의 랩이 있다. 들어보면 안다.
kalduk : 흐음...뭔가 강한 5함마루 뒤통수를 갈기는 듯한 ..ㅎㅎㅎㅎ [2008-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