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ILLA를 안 지도 오래되어서 그런지 이제 J DILLA가 손댄 앨범들을 들어도 더 이상 놀랍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다. 대신 오랜 친구와 술 한 잔 하는 듯한 친숙함이 느껴져서 좋다. J DILLA는 갔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J DILLA의 숱한 작품들을 전부터 이것저것 들어왔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지금은 유독 이 앨범에 더 애착이 간다. 앨범 속지에 보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딜라가 마치 담배를 한 대 달라는 것처럼 검지와 중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사진이 있는데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 사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역시 음악 때문일지도? Nothing Like This를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지금 듣는 게 힙합인지 아니면 딴 세상 음악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MC한테 맞춰 줄 필요 없이 자기가 하고픈 걸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는 게 귀에 들린다. 부담없이 즐겁게 작업했을 J DILLA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한다.
사진 때문도 음악 때문도 아닌 그저 J DILLA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턴잇업! 라우러! 하는 J DILLA의 목소리는 흥겨우면서도 왠지 애틋하다. 분명 음악 이상의 뭔가가 담겨져 있는 앨범인데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