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왠지모르게 음악 듣는것이 갑자기 전보다 부쩍 줄어서 삶의 흥미가 좀 떨어진 상태였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도 우중충한게 오늘은 암울한 하루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갑자기 정말 그냥 무심코 눈에 들어와 꺼내들었는데 이상하게 소름이 돋으면서 한번 더 이 음반의 진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외출하는 동안 이 음반만 계속 들었네요.. 다시 음악에 대한 활력이 살아난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완전히 전곡 좋아한 음반은 아니었지만 오늘 이 음반은 전곡 클래식임을 느꼈습니다...
버그에 초판으로 싸게 입고됬는데 이런 기회 있을때 빨리 구해두시는 것이 백번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Clear Blue Skies라는 타이틀의 데뷔 LP는 1996년에 나왔지만
절판된 데뷔작을 2002년에 미발표 트랙 11곡을 추가해서 Re:Release라는 이름으로 재발매....
그런데 또 다시 절판...
2007년에 재발매가 되었지만 지금도 앨범 구하기는 간당간당....
흔히 말하는 아방가르드 힙합, 혹은 앱스트랙트 힙합은
힙합을 베이스로 깐 채로 거기다가 다른 인접 장르의 요소들을 토핑처럼 얹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음악은 신기하게도 힙합 그 자체로서 기괴하다.
존 콜트레인의 샘플링으로 시작하는 2번 트랙 Trouble Man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 싶더니
3번 트랙 Jivetalk에서는 제대로 똘끼가 발휘된다. 이게 대체 랩이냐 뭐냐?
이어지는 4번 트랙은 난데없이 곡 중간에서부터 시작되고
좀 멀쩡하게 흘러가나 싶더니 1분 30초만에 또 페이드아웃...
5번 트랙은 제대로 90년대 분위기 잡아주는가 싶더니만
짤막한 6, 7번 트랙으로 또 뒤통수 치고...
이어지는 8번 트랙은 공포영화의 엔딩송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데
9번 트랙은 또 잔잔한 샘플들의 중첩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짤막한 10번 트랙을 들으면서는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압도적인 11번 트랙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앨범이 대강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탓에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몇 번이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더 신기했던 건 나도 모르게 이 앨범을 반복 청취하고 있었다는 건데
원인이 뭘까 생각해봤더니
곡마다 확실하게 그루브를 박아주고 있는 힙합 비트의 존재 때문이었다.
귀에 착착 감겨 오는 대중적인 멜로디나 샘플링은 전혀 없다.
어둡고 우울한 샘플들이 줄지어 흘러나오는 가운데
힙합 비트는 딴짓하지 않고 정직하게 콱콱 박자를 박고 있다. 쎄다. 육중하다.
그러다보니 알 수 없는 온갖 소리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도
아 이건 힙합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소리들의 난장판에서 힙합 비트를 건져내는 느낌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자꾸만 그 느낌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중독성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역시 대중성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와 작법 때문인지
소수의 매니아들 말고는 이 앨범을 그닥 즐기지 않는다.
물론 안타까운 일은 아니다. 인기를 원했다면 이들은 더 달달한 재즈 샘플로 떡칠을 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앨범이 가끔씩 입고될 때마다 글 몇 줄 보태서
이 앨범의 존재를 환기하는 것이 전부인 듯하다.
Clear Blue Skies! Juggaknots의 명작이름이름입니다. 흠잡을 수 없는 Def Classic인데.. 많은 분들이 글 써주셔서 더 이상 이 앨범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분들 음악이 이렇게 영광스럽게 발매되었다는 점에 행복감을 느끼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듯 하지만.. 정작 그들의 다음 행보에는 주목이 하나도 되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참 안타깝습니다.
Use Your Konfusion. 그들의 대망의 2집이죠. 물론 1집에 비하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준수한 작품입니다. Tight 하게 흘러가는 곡들 하며, 일관성있게 Juggaknots 스타일로 밀어붙히는 곡들이 진짜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졸라 야시꾸리하게 흘러가는 Strip Joint같은 곡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요즘 얼마전에 Stones Throw에서 발매되었던 Oh No - Dr. No's Experiment나 올해 발매된 Guilty Simpson - Ode to the Ghetto에서의 Oh No 사운드를 기억하시고 그의 디스코그라피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이 앨범에서 그가 참여한 두 트랙 역시도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좋으실 듯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