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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81 | 2011-07-26 14:25| 리뷰추천수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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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 역시 2000년대 초반에 나온 훌륭한 언더그라운드 편집 앨범이다.
참여진도 음악도 다들 끝장이다. 왜 이렇게들 잘하냐!
흔히 편집 앨범은 한 뮤지션의 정규 앨범보다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성의 없이 짜깁기한 앨범이나 사골처럼 우려먹는 베스트 앨범의 경우는 욕 먹어도 싸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던 힙합퍼들의 결과물을 하나하나 모아낸 이런 앨범은
단순한 짜깁기 앨범으로 생각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개별 트랙들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러한 트랙들이 왜 굳이 한 앨범 속에 모여 있으며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기에 이 앨범은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 보며
트랙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편집 앨범이니 일관성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언더그라운드다운 진정성이 전체적인 틀을 꽉 잡아주고 있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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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힙합 골든에라 명반'들이 하나 둘 재발매되고 있는 것도 이젠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트래픽이라는 미친 레이블은 재벌 2세가 취미쯤으로 운영하는지 전혀 돈 될 것 같지 않은 잊혀진 음반들을 귀신 같이 되살려내 전세계 매니아들의 쌈짓돈을 우려내고 있는 판국이다. 이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에도 그동안 간과되기 일쑤였던 서브-씬, 즉 절판되고 잊혀지고 가리워졌던 일군의 음악 패거리들이 존재했다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젠 힙합 장르도 감히(!) 음반 재발매를 운운할 수 있을 만큼 짬을 오래 먹었다는, 즉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뭐 어쨌든 올드스쿨 시기와 골든에라 시기는 음반 기획자들에게든 현역 엠씨와 디제이들에게든 충분히 언급되며 우려먹히고 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지금에 이르는 십년 간은 힙합이 어떻게 상업적 차트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을 어떻게 집어삼켜 버렸는지를 잘 보여주는 기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힙합 매니아를 자처하는 무리들을 잘 뜯어보면 골든에라 신봉자들과 최신 빌보드 트렌드 신봉자들로 갈려 치열하게 자존심 싸움을 하는 모습을 곧잘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내가 보기에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유독 어떤 스타일의 힙합이 인기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양상인 듯하다.
그 외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을 즐겨 듣는 사람들과 정말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 지펑크를 듣는 이들도 있지만 둘 다 말 그대로 아직은 골수 매니아 취향으로 대접받는 것이 현실이다. 재즈 힙합은 누자비스 같이 난세를 평정할 수 있는 거장이 더 나옴으로써 장르 자체의 개념 정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고, 갱스터-펑크는 음악의 거칠고 야한 정서 자체가 어차피 국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질 만한 것이 못 된다. 듣는 사람만 듣는 음악이라고 해서 그 음악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처럼, 재즈 힙합 리스너들과 지펑크 매니아들은 아마 저마다 자기 음악 애지중지 아껴 들으며 앞으로도 알아서 잘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골든에라와 그 이후라는 시대 구분(무슨 역사책도 아니고!)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골든에라야 재조명과 재발매가 꾸준히 그리고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 이후의 시기야 빌보드에서 밀어주랴 언더그라운드에서 받쳐주랴 역시 알아서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90년대 말에서 이천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간은? 지금 거장 대접을 받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유망주 엠씨들과 노망주 엠씨들이 마치 합창단처럼 같은 곡에서 랩을 했으며, 거칠고 무겁고 둔탁한 90년대 사운드에서 조금씩 벗어나 차라리 80년대 후반의 흥겨운 바운스에 가까우면서도 하나의 스타일로 묶기 힘든 다양한 비트를 들려주던, 그 시기는 어디로 갔을까? Rawkus와 Quannum이라는 무시무시한 집단으로 대표되던 그 시기는? 골든에라와 커머셜에라 사이에 끼어 있는 그 시기를 우리는 로스트에라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골든에라 시기를 재조명해 보기도 벅차고 하루에도 수백 장씩 쏟아져 나오는 정규 발매작들을 체크해 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없으니,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라식 파이브와 컴패니 플로우가 서서히 파문을 일으키고, 탈립콸리와 하이텍과 모스뎁이 도원결의라도 한 듯 씬에 등장하고, 디제이 섀도우와 블랙칼리셔스를 앞세운 일당들이 당시로서는 정말 경악스러운 음악을 들고 나오고, 스톤스로우와 그루브어택이라는 레이블에서 기상천외한 발매작들이 쏟아져 나오던, 90년대 말에서 이천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는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이대로 잊혀지기 너무나 아쉬운 시간들이다. 내가 눈에 불을 켜고 힙합 음반을 꾸역꾸역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해서 내게 유독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당대 최고의 재간둥이들ㅡ탈립콸리, 모스뎁, 하이텍, 매드립, 제이디, EL-P, 제이롤스, J-live 등등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공을 분출하기 시작한 그 시기는 재발매든 뭐든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다시 조명되어야 하고 발굴되어야 하지 않을까? 까놓고 말해, 혼자 듣기 너무 아깝다.
당시를 주름 잡았던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있다. 이젠 전설이 되어 버린 Soundbombing 시리즈와 Lyricist Lounge 시리즈, Quannum에서 낸 일련의 컴필레이션 음반들, 그리고 그루브어택 레이블의 Superrappin 시리즈가 생각이 나는데, 더 있지만 내가 모르고 있거나 까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아끼는 음반이 바로 이 음반이다.
FLIPSIDES : SUPERRAPPIN CATALOGUE - B-SIDES AND REMIXES
이라는 긴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음반은 그동안 그루브어택에서 발매된 12인치 싱글에서 리믹스곡과 B-side곡을 엄선해 편집해놓은 결과물이다. 우선 참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누가 랩을 하고 누가 비트를 찍고 있는가? 다시 저런 조합으로 음반이 나올 수 있을까?
18번 트랙은 핏롹 리믹스가 아니라 Ge-ology가 리믹스한 트랙이긴 하지만 핏롹의 비트가 있느냐 없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2002년 당시 날고 기던 무림 고수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좇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손에 땀을 쥔 채 듣게 되면서도, 러닝타임의 끝으로 갈수록 왠지 모르게 듣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런 사운드와 이런 랩은 어느새 옛날 얘기가 된 것이다. 골든에라는 적어도 재조명이라도 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음반을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아끼고 또 아끼는 이유는 사실 딱 하나다. 하이텍 손맛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1번 트랙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전부 다 내 마음에 든다. 비사이드와 리믹스곡이라는 꼬리표는 잊어도 좋다. 이름 있는 이들은 자기 이름값 확실히 해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이름 없는 이들도 리스너들이 그들의 이름을 어쩔 수 없이 기억하게끔 확실히 자기 몫 다 해주고 있는 음반이다. 하지만 체리 한 알이 없으면 좋은 케익이 아니고 계란 하나가 없으면 좋은 라면이 못 되듯이 이런 종류의 컴필레이션 음반에는 뭔가 확실한 훅을 가진 노래, 즉 '한 방'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바로 하이텍과 Phife Dawg이 함께한 오프닝 트랙이 초장부터 듣는이를 그냥 죽여 놓는다.
Miscellaneous [DJ Hi-Tek Luv Boat Mix] - Phife Dawg
Miscellaneous라는 곡 제목은 Phife Dawg의 솔로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하이텍은 원곡을 전혀 다른 스타일로 바꿔 놓았다. 수수하게 한복을 입은 콩쥐가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신데렐라가 된 듯하다. 넘실대는 비트를 듣고 있자면 나도 봄 나비가 되어 나풀나풀 날아갈 것만 같다. 하이텍이 누군가? 언더그라운드 씬의 영웅으로 대접 받다가 어느새 미운 오리새끼로 추락한, 힙합계의 계륵 아닌가! 만들어내는 곡마다 사람들의 취향과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놈은 입건되어도 싸다' '실형 때려야 한다' '똥을 먹여라' 등등의 폭언(?)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하이텍이지만 아직은 끗발 날리고 있던 2002년, 그는 정말 최고의 손맛을 바로 이 음반에서 들려준다.
Luv Boat Mix... 참 좋은데, 증말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직접 들려주기도 그렇고. 하지만 링크는 가능하다. 다음의 경로를 따라가 보자. 당신은 단박에 반해 버릴 것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E4RmGW-90nk
물론 이 음반 역시 생각날 때마다 가끔 한번씩 꺼내 듣는 음반이 되었고 그나마 시간이 없으면 1번 트랙만 듣기도 하지만, 정말 세월이 흐를 수록 다시 보게 되고 다시 듣게 되는 음반 같다. 유치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 음반을 가슴에 살며시 대 보는 때가 있는데, 물론 피끓던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분위기가 내 심장으로 전해져 오는 일 따위는 전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절이 너무나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딜라는 죽었고 매드립은 자기 실험에 더 열중하고 있으며 탈립콸리와 모스뎁은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나머지 형님들 역시 아직 살아있다는 기별만 이따금씩 해주고 있을 뿐이니 역전의 용사들이 그전처럼 다시 뭉칠 날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뭉친다고 해도 아마 그 시기의 손맛과 혀놀림은 다시는 들려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이천년대 초반까지 그들이 남겨 놓은 결과물들은 잊혀지기는 해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빛 속에 환히 드러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로스트에라'라는 내가 급조한 이름 말고 '골든에라'처럼 뭔가 그럴싸한 이름을 부여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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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ernan : 좋은 글이네요.
저는 쿼넘으로 입문했는데 요즘 이쪽 부근 형님들 뭐하나 궁금해요.
블랙칼리셔스, 디제이쉐도우, 컷케미스트 등등.
요즘은 슬슬 지펑이 땡기네요ㅎㅎ [2010-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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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bite : 리뷰 진짜 잘 쓰세요~
추천곡까지 들으니까 더 사고 싶어져요 ㅎㅎ [2010-0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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