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상세 정보에 있는 이름들을 쭉 내려 읽어 가며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사람은
힙합을 듣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언더그라운드 랩퍼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언더그라운드 씬의 수호자로 남는 것은 아니라서
저 이름들 중 몇몇은 이미 오래 전에 돈방석에 앉았고
몇몇은 아예 언더그라운드 씬에서조차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 10여 년 전의 언더그라운드는 이미 지금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라는 속담도 있긴 하지만
죽은 자식의 고추라도 만져 봐야 자식을 또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이 앨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과거 씬의 모습에 대한 반추에서 그치지 않고
작금의 언더그라운드 씬에 대한 성찰이라는 의미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앨범 자켓에 머리만 둥둥 떠 있는 저 무시무시한 인물들은
확실히 겁이 없었다. 이 앨범은 겁 없이 만든 앨범이다.
'우리 이만큼 했어요~'가 아니라,
'우리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와 같은 어떤 결기마저 느껴진다.
결국 언더그라운드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걸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는 것을
이 정도로 잘 보여주는 앨범도 드물다.
한곡 한곡 언급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 같고
일단 들어보자.
귀에 죽창이 날아와 반대쪽 귀까지 뚫리는 것 같은 충격을 경험할지도...
1999년 언더그라운드는 미지와의 조우였고 이 씬을 알고자 했던 열혈 힙합 리스너들에게 무수히 추천되었던 앨범이 바로 soundboming 시리즈입니다. "1999년=언더그라운드= soundbombing 시리즈"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유효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현재의 씬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강의 인디레이블 rawkus는 그 명맥을 이어나갈지 의문이고, 이 앨범의 참여진은 사라지거나 잊혀지거나 star가 되었습니다. 이 앨범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1999년 언더그라운드 씬의 폭풍을 그대로 담아내었던 한폭의 그림같은 앨범입니다. 당시의 정황과 지세, 그리고 그들의 땀으로 엮어내는 시너지를 200% 확인합니다. 설마 설마, 낯설거나 관심밖의 앨범이었다면 일단 왼쪽에 있는 샘플싸이트를 클릭하세요. 아니 해야합니다.
